
생물이라는 존재는 다른 개체, 다른 종과의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는데 공을 들이는 생물입니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살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다른 존재를 죽이기 위한 도구를 만든 것 역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무기들 중 정점에 있는 무기가 있다면 바로 핵무기겠죠. 실제 무기들이 사용해야만 무서운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단지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말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무기는 사용하는 그 순간 더 이상 경쟁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경쟁해야할 상대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전부 파괴되어 버릴 테니까요.
'스완송'은 핵전쟁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처음 도입부분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시대로서, 소련과 미국이 미친듯이 군비 경쟁을 하던, 사실상 핵무기의 위험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입니다. 현실에서는 다행이 핵무기가 발사되지 않았고, 소련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무너져 내렸지만, 소설에서는 전쟁이 발발, 서로가 서로에게 악마의 무기들을 무차별적으로 발사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 안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핵전쟁 이후의 절망적인 세계 속에 남겨지게 되고, 비참한 삶은 연명한게 됩니다.
이렇게 도입 부분만을 보면 이 소설은 마치 핵전쟁 후의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 책을 구입할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바로 '스완'이라는 소녀와 '이름을 알 수 없는' 괴물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지요.
'스완'이라는 소녀는 특이한 소녀입니다. 어른들 이상으로 강한 의지력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연이 하는 소리를 듣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죠. 그렇기에 핵 전쟁 이전에 불길한 느낌을 알 수 있었고, 이후에도 살아 남은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는 등,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름 없는 괴물'의 경우에는 스완이나 다른 등장인물들과 달리, 정말로 인간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무한에 가깝게 변화시킬 수 있고, 사나운 짐승들을 조종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약한 마음에 파고들어 절망에 빠뜨리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을 전멸시키는 것이 인간을 위한 길이라고 믿으며, 희망을 주는 어떠한것도 용납하지 못하여 철저히 파괴하려 드는, 인간의 추악한 부분만을 모아놓은 듯한 괴물입니다.
이 두 존재는 각각 선과 악을 대표하는 존재들임과 동시에 이야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다만 스완의 경우 사람이다 보니 여러 가지 고생을 하게되며, 선한 이들은 스완을 찾아 힘들고 긴 여정을 하는데 반해, 이미 인간들 사이에 수많은 불신과 냉대가 펼쳐지고 있기에 괴물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악이 퍼져 있죠.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핵전쟁 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선과 악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세상에 희망을 노래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니까 말이죠. 혹은 전형적인 선과 악의 주제라고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1권에서 2권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왜 핵무기는 나쁜 것인가에 충분히 이야기하고도 남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등장 인물들도 매력 만점이기 때문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책이지요. (솔직히 후반의 판타지스러운 부분들이 초중반의 절망적 현실에도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비록 책의 두께는 두권 전부 상당합니다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재미가 있어요. 이 책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