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급진적 돌연변이들(스포 있음요) 영화, 영화감상

엑스맨 시리즈의 제일 큰 화두는 평범한 인간과 돌연변이들 사이의 갈등이다. 엑스맨1편에서는 돌연변이 차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켈리 위원이 갈등의 주요 인물이었고, 2편과 울버린에서는 스트라이커 장군이 켈리 위원의 역활을 맡고 있으며, 마지막 3편의 경우 돌연변이 치료제가 등장한다.

제일 마지막에 개봉하였으며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역시 표면적으로는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세바스찬 쇼우와 그것을 막으려는 초창기 엑스맨의 대결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면을 바라보면 돌연변이와 인간의 분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쇼우는 돌연변이는 유전자 변형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며, 그러므로 핵전쟁을 일으킴으로서 돌연변이들을 창출, 결국 돌연변이들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낸다는 계획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기 위하여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를 막후에서 지휘하고 있는, 막강한 초능력 뿐 아니라 그것을 실현시킬 전략적 지식도 가지고 있다.
 

[세바스챤 쇼우와 엠마 프로이트, 둘 다 강력한 돌연변이들이다.]


그런데 잠깐, 유전자 변형을 통하여 초능력자들의 세상을 만든다는 계획은 이미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엑스맨 세계관에서는 뒷날의 일이지만 시리즈 상으로는 먼저 나온 <엑스맨1>에서 매그니토의 계획과 똑같다. 1편에서 매그니토는 그가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기계'를 통하여 각국의 지도자가 모이는 곳에서 사용하려고 하였었다. 비록 방법은 달랐지만 그들이 원하는 결과는 똑같은 것이었다.

[쇼우의 사상을 잇는 매그니토. 그가 평범한 인간이었던 어머니 때문에 돌연변이를 죽인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쇼우와 매그니토의 관계는 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는 다른 초능력자들과 다르다. 당시 독일측에서 초능력을 연구하던 쇼우는 어린 시절의 매그니토가 발현하는 초능력을 보고 그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과학자였다. 특히 매그니토의 초능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그의 어머니를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다보니 쇼우와 매그니토는 학대자와 피학자의 관계가 성립되고, 매그니토는 어린 시절의 복수를 위하여 엑스맨 편에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이 관계는 마치 프로이트가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어머니를 차지한 아버지에게서 열등감과 분노를 느낀다는 프로이트의 설명은, 같은 돌연변이이자 같은 사상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어머니를 죽인 쇼우에 대한 증오를 버리지 못하는 매그니토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도 마지막에 매그니토는 쇼우의 사상을 그대로 계승, 쇼우가 이끌던 팀을 자신이 이끌게 된다.

이런 급진적 돌연변이와 인간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돌연변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는 미스틱(레이븐)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영화 초반만 하더라도 미스틱은 인간과 같이 매끄럽고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가지기를 원한다. 찰스 역시 미스틱이 계속 변신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자기처럼 이형적 외모를 지니고 있는 행크(비스트) 역시 그녀가 평범한 인간의 형상을 하기를 원하고, 피부 치료제를 같이 이용하기를 원한다.
이 모습은 같은 돌연변이 사이에서도 차별이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찰스와 이형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행크는, 인간 사회와의 공존보다는 편입을 원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매그니토의 '인간과 공존을 바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말이 미스틱에게 받아들여진 것이 아닐까?


[미스틱의 본모습과 변신한 상태의 모습. 이 영화에서 양 진영의 돌연변이 입장을 제일 잘 들어낸다.]

아직 인간 사회에 돌연변이라는 주제가 대두되지 않던 시절, 그들의 등장은 인간 사회에 핵폭탄 이상의 충격을 가져다 준다. 그렇기에 자신들을 도와준 돌연변이들을 미소 두 냉전국가들이 동시에 적으로 규정, 공격을 감행한다. 그 결과 급진적 돌연변이들과 포용적 돌연변이들로 갈라지게 되고, 엑스맨 시리즈는 시작된다.
사실 영화를 보면 그 어느쪽이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차별하는 인간과 그러한 인간에게 강하게 반발하는 돌연변이, 그리고 그들과 공유하는 세상을 원하는 돌연변이들은, 결국 자신들의 입장과 사상만 다를 뿐 평범한 세상의 일원이지 않을까? 앞으로 엑스맨 시리즈가 더 나오기는 하겠지만, 아마도 이 관계를 속시원하게 풀어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각 진영을 대표하는 찰스 세비어와 매그니토. 한쪽은 평범한 인간의 이름을, 한쪽은 돌연변이의 이름을 선택한다.]


덧글

  • 스릴머신 2011/06/12 17:10 #

    아주 깊이가 있는 리뷰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마노 2011/06/12 19:20 #

    감사합니다. ^^
  • 마노 2011/06/12 19:22 #

    처음 쓸 때는 인간과 돌연변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정작 돌연변이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갖춰졌네요. 필력이 아직 모자란가 봐요. 쩝...
  • 미스트 2011/06/13 02:43 #

    마지막에 찰스 쪽에 남는 친구들은 무슨 성인군자들인가 싶더라구요.
    핵전쟁 막기 위해 온갖 힘은 다 썼는데, 위기가 지나가고나니 토사구팽.... .....
    미/소 정치가들의 선제공격 명령은 명백한 잘못이었고,
    그들이 쏜 무기를 그대로 돌려주던 매그니토의 행동은 정당한 자위권의 발동이었다 봅니다.

    매그니토가 쇼우의 사상을 계승했냐 하면, 전 조금 다르게 봅니다.
    쇼우의 행동이 우생학적 선민사상에 기반한 적극적인 기존인류배제라면,
    매그니토의 행동은 기존 인류로부터 차별당하고 억압당할 것을 두려워하는데서 기인한 행위라 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서의 기억이 큰 영향을 끼쳤겠죠.)
    그러니, 매그니토의 경우에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인류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죠.......

    그리고 찰스. 제 기억으로는 마지막에 에릭이 미사일과 포탄을 돌려주려 할 때
    '우리는 우월하니까 좀 관대해져라' 뭐 이런 늬앙스의 대사를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전에도 계속 뮤턴트는 더 진화한거라는 식으로 말하고....
    사실 사상적으로 보자면 쇼우의 우생학적인 관점과 별반 차이가 없지않나 싶네요.
    다만 쇼우는 그 나치마냥 우월한 뮤턴트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고,
    찰스는 우월한 뮤턴트가 멸망해야 할 기존 인류를 보듬으며 잘 살면 좋지 않나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차이 정도가 있지 않나....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 마노 2011/06/13 07:21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쇼우는 우생학의 메카였던 나치군에 소속되 있었죠. 매그니토는 그 나치의 피해자고요. 그 관계는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찰스의 경우 미스틱에게 계속해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라는 주문을 했던 만큼, 돌연변이들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인간과 보다 공존하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월하다는 입장이었다면 미스틱에게 인간의 형상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을까요?
  • 잠본이 2011/06/13 15:11 #

    철수씨(?)의 그 대사는
    '우리가 저들보다 더 나은 인간(the better man)임을 보여줘야 해'였죠.
    우월하다는 개념보다는 더 포괄적인 의미가 들어있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 쿨하게 응수하는 에릭 '우린 이미 더 나은 사람이야(We already ARE).'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대화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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